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지오캐싱을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700개를 찾았습니다. 고수분들에 비하면 턱도 없지만, 그래도 왠만큼 찾아볼 만큼 찾았다고 할 정도가 되었죠. 여기 들어가보시면 아시겠지만,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캐셔중 지오캐시를 많이 찾은 순서로 15위입니다.

그동안 정말 여러가지 캐시를 많이 만났습니다. 정말 멋진 곳에 설치되어 있어 누구에게나 소개시켜주고 싶은 그런 캐시도 있는 반면, 찾으러 갔다는 기억조차 없애버리고 싶은 캐시도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멋진 캐시에 대해서만 글을 썼습니다. Geocaching.com의 블로그인 Latitude 47 에 소개된, 정말 세계적으로 멋진 캐시들도 몇 번 소개시켜드렸고, 제가 직접 방문했던 캐시들도 몇번 소개시켜드렸죠.

당연히 찾으러가서 기분이 나빴던 캐시에 대해서는 별로 글을 남기고 싶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지오캐시를 숨기시려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물론 저도 처음에 숨길 때는 이러한 사항을 잘 고려하지 못해서 이 글에서 말하는 나쁜 캐시를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우선 제 성향부터. 저는 캐시를 약 5분-10분 정도만 찾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그 정도로 못찾으면 과감히 포기하고 다음 캐시로 이동합니다. 건강을 위해 운동도 할겸 지오캐싱을 즐기고 있는 저로서는, 별로 경치도 좋지 못한 곳에서 일반인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데도 꼭 캐시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건 지저분한 곳에 숨겨진 캐시입니다. 캐시가 원래 눈에 안띄는 곳에 숨겨야 하기 때문에 약간 지저분한 곳에 숨겨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쓰레기가 모일 것이 뻔한 구석에 숨기는 건 아니다 싶습니다. 냄새나는 화장실이나 휴지통 밑 같은 곳은 당연히 피해야 하구요.

전통적으로 가로등 아래 볼트 보호덮개은 지오캐시가 잘 숨겨지는 장소 중의 하나입니다. 일반적으로 스커트(skirt)라고 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외국에서도 논쟁이 되는 모양입니다. 원래 음습한데다가 넣고 꺼낼 때 시끄러운 소리가 나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기 때문이죠. 물론 저는 한번도 볼트 보호덮개에는 숨기지 않았습니다.

두번째는 꽁꽁 숨겨놓은, 그래서 찾을테면 찾아봐라 하는 식의 캐시입니다. 숨길 곳은 엄청나게 많은데, 힌트도 하나 없는 그런 경우를 말합니다. 크기가 큰 캐시라면 아무런 힌트가 없어도 들어갈 만한 곳이 뻔하기 때문에 조금만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면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크기가 작은 캐시라면 숨길 수 있는 곳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사진도 힌트도 없다면 찾기가 매우 힘듧니다. 구지 예들 들자면 돌담장에 숨긴 캐시 정도가 되겠네요. 저도 북한산 둘레길 평창동 구간에 하나 숨겼는데, 평상시와 같이 힌트를 주었음에도 아주 힘들어들 하시더군요. 그래서 아카이브 시켜버릴까… 고민중입니다.

게다가 높은 건물이 많은 도심지나 나무가 울창한 숲속에서는 GPS 위성이 차폐되는 경우가 많고, 멀티패스(multi pass) 등의 영향도 받기 때문에 좌표가 매우 불안정합니다. 심지어는 몇십미터씩 튀기도 하는데, 이런 곳에서는 몇 분이 아니라 몇 시간씩 GPS 좌표를 평균하더라도 정확한 위치가 나오지 않습니다. 위성 조건이 조금만 달라지면, 심지어는 GPS를 가르키는 방향만 바꿔도 엉뚱한 좌표값이 됩니다. 이런 곳에서 구체적인 힌트를 주지 않는 건 찾지 말라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세번째는 이상한 자세로 찾게 만드는 경우입니다. 그것도 일반인이 많은 곳에서 말이죠. 사람들이 많지 않은 곳에서는 이리저리 뒤적거려도 괜찮지만, 시내 한가운데에서 구석에 쳐박아두면 아무리 거울을 사용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이 수상하게 생각하기 마련이죠. 사실 우리 집사람이 저하고 캐싱을 같이 안다니려는 이유가 “간첩이라고 오인 받기 십상”이라서 랍니다. ㅠㅠ

특히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는 곳에서 울타리를 넘어 들어가게 설치하는 것은 별로인 듯 싶습니다. 아얘 안쪽으로 들어가서 사람들이 안보이는 곳이면 모를까, 사람들이 뻔질나게 지나다니는 곳에서는 화단 등을 짓밟고 다니는 모습이 그다지 이쁘지 않으니까요.

기타 생각해 보면 여러가지 케이스가 있을 것 같지만, 이 세가지가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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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오캐싱이 좋아서 매 주말마다 여기저기 싸돌아다니고 있기는 하지만, 캐시 그 자체가 좋다기 보다는 지오캐시를 찾으면서 우리나라의 숨겨진 아름다운 곳들을 알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건강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러다보니, 캐시가 숨겨져 있으면 무조건 찾아보기야 하지만, 5-10분 정도 뒤져보고는 바로 포기하고 다음 캐시로 이동합니다. 아마도 10분정도 뒤져서 안나온다면 한시간 정도 찾아도 안나올 가능성이 90% 이상일 건데, 이런 낮은 확률에 기대해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는 생각입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그저 제가 좋아하는 캐시는 쉽게 찾을 수 있는 캐시가 되었네요. 하지만, 단순히 쉽게 찾는다는 것만으로는 좋은 캐시라고 할 수 없죠. 어느 정도는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도록 숨기는 캐시통도 다양하게 사용하고, 예상하기 힘든 위치에 숨겨야만 찾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랬던 어쨌던, 심지어는 아무리 제가 싫어하는 타입의 캐시라도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분은 현재 캐시가 너무 많아서 가치가 떨어진다고 하시던데, 언젠가 한번 비교해 보겠지만, 우리나라의 면적이나 인구에 비하면 우리나라에는 아직 지오캐시가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설치하는 분이 많지 않아서 다양성도 떨어지는 문제도 있구요. 암튼 우리나라에 최소한 2만개 이상이 설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민, 푸른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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